[이용필 기자] 근 두 달간 극우 개신교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태극기 부대는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퇴진' 집회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으로 촉발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사람들은 서초동에서 자리를 옮겨 여의도 일대에서 집회를 이어 가고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국내 최대 교단 중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이 11월 5일 영락교회(김운성 목사)에서 '시국 기도회'를 열었다. 김태영 총회장을 포함해 총회 임원, 상임위원, 각 노회 임원 등 교단 지도자 300명이 참석했다. 현 시국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나부터 회개해야 한다'는 게 주 메시지였다.
설교는 영락교회 김운성 목사가 전했다. 김 목사는 "어떤 이는 광화문에서, 서초동에서 기도를 한다. 기도문이 하늘나라에 접수되면 하나님이 어떡하실까.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손 떼지 않으실까, 웃지 못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시국 기도회는 뜻을 관철하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나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할 때, 우선 우리 자신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의를 불태워야 한다면, 우리의 못난 자아를 먼저 불태워야 한다"고 했다. 자신을 향한 심각한 회개 없이, 정책 책임자를 증오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거듭 회개를 강조했다. 김운성 목사는 "'오늘날 현상은 전적으로 나에게 책임이 있다. 나와 입장이 다른 이를 몰아붙였으나, 나 자신은 의인인 양 하고 하나님 앞에 회개하지 못했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라고 하지 않으면, 결코 우리 자신도 개혁되지 않고, 대한민국 사회도 개혁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진정한 시국 기도회는 내가 무너진 데서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기도회 시간에는 나라와 위정자, 사회적 약자, 장애인, 다문화 가족, 외국인 노동자, 중증 환자, 이웃을 위해 기도했다. 예수 그리스도처럼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스스로 낮아지게 해 달라고 했다.
총회장 서신 발표 |
이날 김태영 총회장은 '총회장 서신'을 통해 현 시국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서신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김 총회장은 국론 분열 중심에 기독교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근자에 국론 분열이 심화되어 매우 어수선하다. 언론과 방송 매체마다 지향점이 다르므로 무엇이 참인지 거짓인지 분간도 어려운 지경이다"며 "'애국 충정'이라고 하지만 국론 양분 중심에 기독교계가 있다. (중략) 이럴 때일수록 교회의 역할, 강단의 역할, 목회자의 예언자적 사명이 중요한데, 안타깝게 희석되고 있는 형국이다"고 했다.
북한과의 평화도 중요하지만, 현 정부가 국민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총회장은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살면서 '핵이 없는 한반도'와 '평화통일의 한반도'를 추구하며 기도한다. 현 시국을 볼 때 북한과의 평화도 이뤄야 하지만, 좀 더 겸손히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경제와 인사 문제를 다룰 때는 열린 자세로 우려의 목소리를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 지도자들에게 정례적으로 소통해 극한 대결이 아니라 함께 정책을 수립하고, 국가 난제를 의논해 상생과 선의의 경쟁 풍토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또 종교의자유를 보장하고, 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태영 총회장은 "그러할 경우 거센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국가 지도자는 이해 충돌과 각계각층의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명성교회 세습도 언급했다. 예장통합 104회 총회에서 시국 성명서도 발표했는데, 일반 언론은 명성교회 건만 부정적으로 보도했다며 아쉬워했다. 김 총회장은 "유감을 표명하기에 앞서 우리를 먼저 돌아보게 된다. 교회 자정 노력의 부족과 자기 비움의 영성이 미흡했고, 사회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점에 송구하고 매우 아프게 받아들인다. 다만 (총회 수습안은) 더 이상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총대들의 고육지책이었다. 이해를 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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